조선일보 후배 기자의 결혼식에 다녀왔다. 식장에서 거의 1년만에 만난 선배 후배들이 나의 근황을 묻자 (조선일보와 경쟁관계에 있는) 모 언론사닷컴에 다음주 수요일 입사해서 부장으로 일하게 됐다고 말해줬다.
나는 작년 초 조선일보에 입사해 경영기획실에서 잠시 일을 했었다. 정을 나누던 그들과 이제 경쟁을 하게 됐으니 '배신자'가 된 것이나 마찬가지다. 말하는 나는 물론이고 듣는 그들 역시 피차 유쾌하지 못한 대답일 수 밖에.
나는 작년 3월 조선일보 MM팀에 들어가 키위닷컴의 총괄운영팀장을 맡았다. 키위닷컴은 동영상UCC 전문 사이트로서 조선일보의 사내벤처로 기획되어 1년 뒤 독립법인으로 육성되고 내가 그 회사를 맡을 예정이었다.
나는 나의 계획대로 키위닷컴이 운영되면 2007년 말 일방문객수 20만명에 약 1000억원짜리 회사를 만들어줄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참고로 일방문객수 60만명의 판도라TV가 2007년 초, 약 500억원대로 평가됐었다.
그런데 회사는 "사이트가 커지면 지원을 하겠다"로 나왔다. 기본적인 설비와 지원이 있어야 성장이 가능한 이 바닥에서 참 난감했다. 2개월 정도 일하다가 나는 조선일보를 퇴사했고 키위닷컴은 조선닷컴에 흡수됐다.
블로그에서는 당시 조선일보의 키위닷컴에 구체적으로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는 공개하기 곤란하다. 그리고 그런 문제나 어려움 때문에 내가 퇴사한 것도 아니다. 내가 퇴사를 한 진짜 이유는 보고체계 문제 때문이다.
당시 그 보고체계가 어떠했는지도 역시 공개하기가 곤란한 부분이다. 다만 조직의 존속과 성장에 있어서 보고체계, 좀 더 확대하자면 의사결정체계까지 포함한,는 매우 중요한 부분이라는 것을 말하고 싶다.
보고체계의 문제 때문에 스스로 퇴사한다면 이해를 못하는 사람들이 있겠지만 단순한 직원이 아닌, 한 조직의 운명을 책임지는 대표와 같은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그 문제가 얼마나 중요한 문제인지 인식할 수 있다.
아... 물론 당시 조선일보 내에서 '용병'과 같은 나의 처지 때문에 나의 의견이 방상훈 대표를 비롯한 경영진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못한 것도 심히 유감스러운 일이다. 그 후배는 아직도 나의 퇴사이유를 모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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