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테너 김재형.
오페라 <호프만 이야기>는 쉽게 말해 ‘호프만의 소설들’ 혹은 ‘프만이 해 주는 이야기’라 할 수 있다. 오페라에 등장하는 호프만의 옛 연인들은 독일 작가 E.T.A. 호프만의 단편소설 『모래인간』, 『라트 크레스펠』, 『송년회 밤의 모험』 등에 나오는 주인공들로 환상적이지만 모두 낭패로 끝나는 사랑의 아픔을 겪는 것으로 묘사된다.

오페라 <호프만 이야기>는 쉽게 말해 ‘호프만의 소설들’ 혹은 ‘프만이 해 주는 이야기’라 할 수 있다. 오페라에 등장하는 호프만의 옛 연인들은 독일 작가 E.T.A. 호프만의 단편소설 『모래인간』, 『라트 크레스펠』, 『송년회 밤의 모험』 등에 나오는 주인공들로 환상적이지만 모두 낭패로 끝나는 사랑의 아픔을 겪는 것으로 묘사된다.
오페라 <호프만 이야기>는 작곡가 자크 오펜바흐가 미완으로 남겨 놓은 작품인 만큼 악보에 관한 사연이 많다. 경제적 어려움을 겪던 미망인은 악보를 부분적으로 판매하거나 선물하는데 때문에 작곡가 친필 최종본에 대한 논란이 생겨났다.
1881년 파리에서 초연할 당시 마지막 쥴리엣타 등장부분이 많이 삭제된 ‘쥐로 버전’이 있고, 1977년 발표된 ‘외저 버전’은 작곡가가 직접 쓴 부분과 가필 부분이 구분되지 않았다는 논란이 있었다. 1990년대 미국의 마이클 케이가 정리한 버전에서는 호프만의 마지막 이상형인 스텔라도 노래 부른다. 1998년 장 크리스토프 케크가 파리 경매장에서 쥴리엣타가 출연하는 막 마지막 부분의 곡을 발견하여 이듬해 함부르크에서 공연하기도 했다.
결정판이 없기 때문에 해석이 다양하다 할 수도 있는 <호프만 이야기>는 실존 소설가의 이름과 소설가가 만들어낸 주인공이 함께 작중 주인공로 등장한다는 점에서 현실과 상상의 영역을 섞어 버리는 낭만주의 예술의 기초특성을 갖는다.
호프만의 여자 이야기를 단순한 환상 소재로 볼 것인가 1인칭 화자 호프만의 기억 세계로 볼 것인가 하는 문제에 따라 해석의 차이가 있을 것이다. 무대로 구현하는 방법에 있어서는 환상의 차원을 극대화하거나 정신분석 취향으로 분석하기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이 있다.
이번 가을 프랑크푸르트 오페라의 <호프만 이야기>는 낭만주의적 포장이라든가 정신분석적 해석을 과도하게 들이밀지 않고 오히려 코믹 터치까지 한 유쾌한 해석이었다.
지난 10월 3일 프랑크푸르트 오페라에서 프리미어를 한 <호프만 이야기>의 주역 테너 김재형을 초가을 비스바덴 쿠어하우스 앞에서 만났다. 융하인리히가 ‘맑고 시종일관 지칠줄 모르는 풍부한 성량’이라 극찬한 테너 김재형이 <호프만 이야기>와 자신의 음악 인생에 대한 이야기를 해 줬다. - 편집 주 -
독일 전통에 뿌리내린 비평가의 경우는 이번 프랑크푸르트 호프만 공연을 두고 공상가로서의 낭만주의 시인의 모습이 좀 빠진 것 같다고도 하던데 주역 가수로서 어떻게 생각하나?
연출의 몫이라고 생각한다. 연출자는 직접 가수로서 호프만 이야기에 여러 번 출연해 본 사람으로서 이런 호프만도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의심을 이번 연출을 통해 시도해 본 것이다. 나도 직접 호프만 역을 맡으면서 연출의 아이디어가 곳곳에서 참 좋다고 생각했다.
연습은 연출자와 가수들이 끊임없이 함께 작업하는 과정이다. 연출자는 하고 싶은 대로 해 보라고 하고 나는 이런 저런 시도를 해 보이면서 구체적인 장면을 결정해 나가곤 한다. 평소에 영화를 보다 기억에 남게
된 장면을 활용해 보는 경우도 있다.
호프만 역을 하는 동안 이번 공연의 주인공과 공감한 점은?
주정뱅이란 점이 나랑 비슷하다. 첫째, 술을 즐긴다는 것이 비슷하다. 둘째, 사람이 순수하다는 것이다. 보여지는 것과는 달리 마음이 매우 순수하기 때문에 모든 것을 긍정적이고 순수하게 접근하기 때문에 예술을
하는 것으로 본다. 호프만은 대문호는 아닌 우리가 생각하는 평범한 예술가. 그런 면에서 호프만에 매우 공감한다.
예술가는 일반인과 달리 좀 특별한 존재라고 생각하지는 않는가?
삶은 똑같다. 예술가는 흔히들 잘못 생각할 수 있는 것처럼 교활하게 모양내고 사는 사람들이 아니다. 사는 것 자체가 막연한 동경이 아니기때문이다. 예술하는 사람이 다른 사람보다 좀 열려 있고 또 예술이라는 이름으로 정교하게 표현할 수 있을 뿐이다.
굳이 다른 것이 있다면 예술가는 지식인이나 마찬가지로 다른 사람들보다 자기에게 좀더 집중한다. 지식인은 이성적으로 판단하고 예술가는 감성적으로 판단한다는 차이가 있겠지만 둘 다 이기적이지 않으면 작업을 해낼 수 없다. 내 할 일을 하기 위해 주변 환경에 눈치를 보지 않는 점, 내가 생각하는 아름다움을 많은 사람에게 전달할 목적을 이루기 위해 일상의 관습이 나를 필요로 할 때 무시할 수 있는 것, 오로지 나에 대한 집중이 필요할 때 그렇게 해야 하고 또 그렇게 한다.
그렇지만 이런 이기성은 바로 예술이 전하는 아름다움과 내가 진정을 담아 표현하는 것을 전달하기 위해서 필요하다. 음악은 사람의 귀를 홀리는 것이 아니고 사람의 마음과 함께 따뜻해지는 것이다. 슬픈 음악도 마찬가지다.
예를 들어 우울증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밝고 경쾌한 음악보다 슬픈 음악이 치유에 도움을 준다고 한다. 정말 슬픈 음악을 듣고 있을 때 사람들이 많은 희열을 느낀다고 한다.
호프만 이야기에 설정된 여자 셋은 예술가의 인생에 어떤 의미를 갖는가?
간단하게 접근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제일 처음 좋아한 여자는 여자가 아니라 인형이다. 호프만이 예술가로서 가장 어릴 때, 가장 순진할 때 일이다.
지금은 시인이요 예술가라지만, 어릴 때는 한낱 어린아이에 불과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건이다. 두 번째 여자는 가수, 즉 예술가였다. 서른 초반의 예술가가 진정한 사랑을 한 대상이다. 인생에서 가장 왕성하게 활동할 수 있는 30대 예술가를 상정해 보자.
그런데 이 때 만난 여인이 죽자 호프만은 상실감에 방황을 많이 하고 방탕하고 망가졌다. 그런 상황에서 만난 세 번째 여인이 '거리의 여자'라 할 수 있는 쥴리에타다. 이렇게 지나간 이야기를 호프만이 사람들에게 들려주는 것이다. 이 공연에서 베일에 가린 스텔라에게서 세 여성의 성격이 결합되어 나타난다는 것은 바로 스텔라에게서 정착할 수 있는 점을 찾았다는 것을 뜻한다. 그러니까 여자 이야기는 인생을 풀어 보여주는 단서로 작용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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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이야기로 풀어본다면 뮤즈의 역할은 어떻게 되는가?
호프만에게 메시지를 주는 것이다. 그런 것이 다 헛된 것이고 이제부터 네가 가야할 길을 새롭게 시작하여야 한다고 주는 하늘의 메시지다. 그런 메시지가 응당 호프만에게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라 작가가 주는 메시지는 마지막에 있다. 모든 일이 순탄치 않고 힘든 일이 있을지라도 앞으로의 일을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힘차게 출발하면 얼마나 좋은 삶이 되겠느냐 하는 메시지로 본다.
이번 호프만 이야기 공연이 갖는 의미는 무엇인가?
관객과 소통하지 않고 자신의 예술에 몰입하는 연출은 관객을 잃어버리기 쉽다. 예술을 좀 방탕하게 사용하는 경우다. 전통적인 것을 다 버리고 새롭게만 하려고 하는 경우라든가 너무 전통에 매달려서 사람을 지루하게 하는 양극단이 오늘날 존재한다.
하지만 좋은 연출자는 자신의 이야기를 하되 관객과의 소통의 끈을 놓지 않는다. 현대적이지만 전통을 완전히 버리지는 않는다. 그 점이 바로 프랑크푸르트 오페라를 특별하게 평가하는 토양이 된다.
프랑크푸르트는 베를린, 뮌헨, 비엔나처럼 여행객이 많아 오페라 프리미어가 관광 상품이 될 정도의 도시는 아니다. 그렇지만 프랑크푸르트 오페라의 프리미어 공연이 거의 매진되는 현상은 바로 이러한 소통 능력에 기인한다.
유능한 음악인들을 찾기 위해 전세계를 다니는 뢰베 극장장은 공연문화는 관객을 위한 것이라는 생각을 견지한다. 나도 그와 공감한다.
세상에 하고 많은 일 중 왜 음악을 택했을까?
열여섯, 열일곱 살 때 플라시도 도밍고가 부르는 오페라를 듣고 내가 한다면 이 사람보다 잘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나중에 생각해 보니 어리석은 생각이었지만 그때는 그런 모티브로 음악을 시작했다. 그 후 내가 이걸 왜 했냐 하는 생각을 많이 했다. 절제를 할 때는 무척 많은 절제를 해야 하고, 오페라 한 권을 달달 외우는 단순한 작업과 연습에 매진해야 하고 해결이 되지않는 음이 있으면 내내 그 음에 매달렸다.
무대에서 노래도 좀 실수 없이 하면서 내가 노래하길 잘 했다고 생각한 것은 이제 몇 년 되지 않는다. 한국에선 스물 초반에서 중반에 인정받으면서 자신감이 생겼으나 다시 어려운 마음이 들고 굴곡이 있었다.
앞으로 꼭 해 보고 싶은 곡은?
바그너를 부르고 싶다. 현재 프랑크푸르트 오페라 음악총감독인 세바스티안 바이글 지휘자가 독일 음악 대가인지라 기회가 닿으면 함께 작업하고 싶다. <뉘른베르크의 명가수>나 <로엥그린>, <파르치팔>, <날아가는 홀랜드인> 같은 작품을 해 보고 싶다.
<니벨룽엔의 반지>같은 독일 신화의 영웅은 동양인으로 기회가 주어지지 않을 것이며 나도 그 역을 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지금까지도 동양 사람이 유럽에서 지그프리트 같은 주역을 한 경우는 없다.
앞으로 일정은 어떻게 되는가?
11월 뉴욕 메트로폴리탄에서 공연되는 베르디의 <일 트로바토레>에 선다. 12월에는 프랑크푸르트에서 <호프만 이야기>에 출연하고 성탄절 직전에는 정명훈 지휘자와 함께 베토벤 제9번 교향곡을, 송년음악회에서는 정명훈의 피아노 반주로 가곡을 부르게 되어 있다.
인터뷰 : 전동수 예술고문 《아츠앤컬쳐》 / 이은희 프랑크푸르트 문화신문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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