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둔의 나라 티벳으로

진료실을 훌쩍 떠나 바깥세상을 한 바퀴 돌아보고 오는 일은 매번 즐겁다. 지난 추석 연휴 때도 그렇게 티벳으로 떠났다.
티벳을 가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던 건 8년 전 네팔 히말라야 트레킹을 하던 때다. 당시 트레킹을 위해 카트만두와 포카라에서 머물렀는데 거기서 히말라야를 넘어와 모여살고 있던 티벳인들과 티벳 사원을 처음 만났다.
그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그들의 성지(聖地), 라싸에 나도 한 번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2006년에 칭짱 열차가 개통되었을 때는 기차표 구하기가 어려웠고, 2008년에는 티벳 독립시위사태로 여행이 제한되어 못갔었다. 이번에는 드디어 북경서 출발하는 칭짱 열차를 타게 되었다.
겸손해지게 하는 신의 땅, 라싸
해발 3700m 고산지대에 위치한 라싸까지 가려면 북경서 기차로 이틀을 내리 달려야하는데, 라싸에 가까워질수록 고산증상이 심해진다. 신의 땅을 쉽게 볼 수는 없는 모양이다.
티벳어로 ‘성지(聖地)’를 뜻하는 ‘라싸’는 1300년 역사를 지닌 고도답게 시내 어디에서라도 볼 수 있는 포탈라궁을 중심으로 순례자들과 사원이 가득한 곳이었다. 시선을 두는 곳마다 구름과 푸른 하늘, 높은 산에 둘러 싸여 있는 라싸는 선택받은 자만이 볼 수 있는 그런 땅이었다.
집착을 벗어버리게 하는 조캉사원의 새벽
티벳 최초의 통일 왕조를 이훈 송첸 캄포 왕이 왕비로 맞을 문성 공주를 위해 지었다는 포탈라궁은 금빛 지붕이 새파랑 하늘을 배경으로 솟아있었는데, 기대했던 만큼이나 인상적이었다.
그러나 라싸에서 가장 마음을 빼앗겼던 곳은 티벳인들의 생활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었던, 관음보살을 모셔둔 조캉사원. 티벳인들이 가장 신성시한다는 이 사원은 특히 새벽풍경이 이색적이다. 사원 외곽을 한 바퀴 크게 도는 바코르는 새벽부터 기도드리러 온 티벳 사람들의 행렬로 가득했다.
새벽시간, 순례자와 기도자 들에 섞여 바코르를 함께 돌아보았다. 생활과 종교가 일치된 그들의 참 모습에서 집착을 벗어버리려는 깊은 신심을 함께 느껴보고 싶었다.
하늘 호수를 보다. 남쵸 호수(Namtso Lake)

해발 4718미터에 위치해 있지만 과거에는 바다였다고 하는 남쵸 호수를 하루 동안 다녀왔다. 라싸를 조금만 벗어나도 황량한 국도가 끝없이 뻗어있다.
국도 옆으로는 한번 또 한번 이마를 땅에 붙이며 오체 투지하는 순례자들이 간간이 보인다. 차로 4시간을 달려 남쵸 호수 근처까지 가면 5170m의 고개를 넘어야 한다.
하늘 호수도 인간들에게 온전히 그냥 모습을 내어주지는 않을 모양이었던 것 같다. 7000m 이상의 고산들이 호수 주변을 감싸 안고 하얀 구름이 호수 가까이에 붙어 있는 이곳, 바람소리만 들리는 이곳에서 몸과 마음의 평안을 느꼈다.
파격의 발레, 신데렐라로 여행을 마무리하다.
여행의 마지막 날은 북경에서 하루 묵는 일정으로 정했다. 북경의 새로운 명소, 오페라 하우스(국가대극원)에서 공연된 세계 최정상 컨템포러리 발레단인 몬테카를로 발레단의 파격의 발레, 장 크리스토프 마이요 안무의 ‘신데렐라’를 보고싶었기 때문이다.
인공 호수위의 거대한 UFO를 연상시키는 거대한 건축물, 오페라 하우스도 돌아보고 좋아하는 공연도 볼 수 있는 기회. 유리 구두 대신 금가루를 묻힌 맨발의 신데렐라도 좋지만 요정 엄마로 나오는 베르니스 코피에테르의 관능적이면서도 그로테스크한 춤은 역시 만족스러웠다.
샤넬그룹의 디자이너 제롬 카플랭의 의상과 모던한 아트미술관을 보는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키는 무대 또한 DVD로 감상할 때보다 극도의 세련미가 더욱 잘 느껴진다.
떠나야 자신을 재발견할 수 있다.

고즈넉하고 조용했던 티벳, 라싸에서의 명상과도 같았던 시간과 파격 발레를 감상하면서 추석 휴가 8박 9일이 그렇게 지나갔다.
여행을 다녀온 후 달라이 라마의 트위터에 팔로우 신청을 했다. 매일 타임라인에 올라오는 그의 글을 읽으며 라싸에서 어느 날 오전에 한가롭게 거닐었던 그의 여름궁전 뤄뿌링카를 떠올린다.
여행하는 동안 마음 속엔 감성이라는 물이 차 오른다. 감성의 물이 마음속에 채워지면 세상이 아름다워진다. 행복한 인생이 열린다. 길 잃기를 두려워말고 떠나라. 길을 잃은 자만이 다시 시작할 수 있다. 떠나라. 그래야 자신과 세상을 재발견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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